영국 바이어를 남해 미조 맛집에 데려갔을 때
“한국 남쪽 끝까지 간다고요?” 영국 담당자가 부산 매장 방문 일정에 남해가 끼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던 말입니다. 서울 일정이 대부분이던 출장에 처음으로 남해가 들어갔습니다. 지도를 펼쳐 보여 드리니 그제야 위치를 이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이 초록색 죽은 뭔가요?” 팔도전복죽해물에서 전복죽을 처음 본 담당자의 반응이었습니다. 게웃을 넣어 나오는 색이라고 설명하자 흥미로워하며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숟가락을 들기 전에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매운 건 괜찮아요, 조금만요.” 미리 매운 정도를 물어보고 주문했습니다. 외국 손님과 식사할 때는 이렇게 강도를 미리 조율해 두면 서로 부담이 적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자리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이 마을은 어부들이 사는 곳인가요?” 창밖으로 보이는 미조항 풍경을 보며 물었습니다. 죽방렴이나 전복 양식 이야기를 짧게 들려드리니 음식보다 그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숟가락으로 먹는 게 신기하네요.” 회와 다르게 죽은 도구가 익숙해 오히려 편하게 드셨습니다. 날것보다 익힌 음식을 선호하는 손님에게는 전복죽이 무난한 선택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이건 처음 먹어보는 맛이에요.” 식사를 마치고 담당자가 남긴 말입니다. 브랜드 거래는 결국 사람 관계라, 이런 한 끼가 이메일 여러 통보다 나을 때가 있습니다.
“다음에도 남해 코스로 부탁해요.” 그 뒤로 한국 출장 때마다 남해 미조 이야기를 꺼낸다고 합니다. 저희 편집샵도 이런 관계 위에서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