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랜드를 수입하면서 가끔 본사 디자이너가 소재 조사차 한국에 옵니다. 지난 초여름에는 부산 출장 일정이 늦게 끝나 마땅한 저녁 자리를 찾다가 숙소 근처 화명동 골목의 족발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들른 곳이라 오히려 기억에 남았습니다.
밤 열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는데도 가족 단위 손님이 남아 있는 걸 보고 디자이너가 신기해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그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화명동은 아파트 단지가 가까워 늦은 시간에도 온 가족이 함께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동네입니다.
조옥당 화명금곡점에서 나온 족발을 보고는 큼직한 나무 도마와 손으로 뜯어 먹는 방식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부위별로 식감이 다르다는 설명을 들으며 몇 조각을 따로 접시에 옮겨 색과 결을 스케치북에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텍스처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다운 반응이었습니다.
새우젓과 매운 양념장을 각각 조금씩 찍어 먹어 보더니 짠맛과 매운맛의 순서를 바꿔 가며 시도했습니다. 정해진 방식 없이 자유롭게 곁들여 먹는 문화가 오히려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실제로 저녁을 먹는 골목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지지 않은 간판과 편한 분위기가 다음 시즌 매장 인테리어에 참고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뒤로 그 디자이너는 부산에 올 때마다 화명동 쪽 저녁 자리를 먼저 물어봅니다. 브랜드 일은 결국 서로의 일상을 보여 주는 데서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을 그 밤에 다시 느꼈습니다. 저희 편집샵도 그런 소소한 경험을 브랜드 이야기에 담아 소개하고 있습니다.